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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_정희재


확실히 저의 취향은 경제.경영 도서 보다는 에세이, 소설인가 봅니다. 

너무 좁고 제한적인 독서를 피하기 위해 드문드문 경제.경영 도서도 읽으려고 시도합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때가 원래 최고인 것이지요. ^^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어쩌면 내가 엄마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

  이별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쓸모 있는 인간이 된다는 것

  일에 대한 지극히 소박한 진실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그들도 나처럼 서툴러서 그랬을 거야

  그해 겨울이 내게 일깨워 준 것

2장.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엄마 ,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최선'이라는 말이 전부 담아내지 못한느 것

  "후회하느냐고? 천만에"

  사랑의 호황기와 불황기에 대하여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그들

  삶의 불친절에 대처하는 법

  한순간의 느낌에 속지 않기를

3장. 난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내가 무작정 공항에 가는 이유

  다 외로워서 그래, 외로워서

  사랑할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난 네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사소하지만 눈부셨던 순간들에 대하여

  굳이 여행을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삶이란 이토록 심플한 것

4장.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반지하 아니면 옥탑방에서 살던 시절에 대하여

  혼자 밥 먹기,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밤이 좀 더 어두었으면 좋겠어요

  한없이 느리게 갇고 싶은 그곳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

  내일도 고단한 출근길에 오를 당신에게

  단순하고 가볍게, 너무 애쓰지 말고!


  역시 책은 자신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하고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전반부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눈물이 글썽일만큼 위로와 공감이 되었나봅니다. 하지만 중후반부터 조금 지루하게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공감할 내용보다는 작가의 취향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장입니다. "왜 당신은 늘 괜찮다고 말하나요" 부분의 내용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책의 일부분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아!, 그 전에 이 책의 도입부도 흥미롭게 쓰였습니다. 


당신, 참 애썼다.

끝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새벽잠을 설친 순간을 기어이 이겨 내며 우린 참 치열하게 달려왔고, 달려가고 있다.

목적지를 아는 사람도 있고, 하루하루 마음 다치지 않고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이도 있으리라.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러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 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의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여져 나가고, 

거품처럼 들끓는 욕망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누려 보지 못한 침묵이 우리를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도입부부터 제 마음을 칩니다. 이 도입부에 책의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위로, 공감같은 것들이죠. 

  살면서 힘든 순간이 올 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들이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남이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말이죠. 하지만 그 듣고 싶은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어서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용기와 힘을 줍니다. 반대로 그 말들의 부재는 용기와 힘을 앗아가며, 실망까지 안겨줍니다. 더 큰 외로움을 가져옵니다. 힘든 세상에 나만 갇혀있는 기분을 줍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필요한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다 용서가 됩니다. 더 좋은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자신을 너무 미워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말합니다. 그냥 지금까지 살아 있느라 애썼다고, 무엇을 이루고, 이루지 않아서 아니라 그냥 그 모진 삶을 견디고 살아 있어서 가치 있다고 말입니다. 제가 제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괜찮아요. 됐어요."

(...중략...)

  그제야 나의 거절이 그의 기쁨을 훼손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꽤 자주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상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은 아니었을까. 자립심을 발휘해 내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 했으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타인의 힘을 빌리는 달콤함ㅇ르 맛본 뒤 의존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은 아닐가. 그것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였다. 아니,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야 했던 운명의 소유자가 가지게 마련인 방어 심리였을지도.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사랑받는 것을 내 삶의 중심으로 두면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사랑받으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연인 사이에 흔히 '넌 내 거야'하고 말하죠. 그러면 그 사람이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 것이 됩니다. 내 행복이 그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의 한마디, 몸짓 하나에 내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기에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너도 날 새랑해야 돼.' 이건 거래고 흥정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랑받으려 하면 괴로움이 생겨날 뿐입니다. 반면 사랑하려 하면 충만이 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기 때문이죠."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어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이 되더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그 밤에 엄마가 속으로만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게 몸서리쳐지게 무서웠단다.'

  그 말까지 더해야 진실이 완성되지만 엄마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새벽이 되면 절로 느낄 것이므로. 당장 그 순간 자식에서 필요한 것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이란 걸 알기에. 나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뒷말까지 온전하게 전해 듣고 그 말에 담긴 서슬 푸른 삶의 비의에 혼자 몸을 떨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해가 지면 안도하고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겁났다던 분들. 그런 세월을 살면서 알아차린 것이다. 게으른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의 눈은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해야 할 일 전부를,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겁먹기 쉽다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 걸음, 손에 잡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은 말끔해진다고. 반드시 끝이 있다고.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일용직 신세였다.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

  냉정하고 불공평한 세상 탓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행복의 기준이 늘 바뀌기에

  오래 행복을 붙잡아 둘 수 없었던 것.

  취직만 되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다 직장에 들어가선 저 사람만 없으면, 이 일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집 한 칸을 소원하다가 막상 생기면 더 큰 평수를 원한다.

  비가 오면 햇빛을 그리워하고,

  내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던 사람과 이어지면

  잡은 물고기엔 밥을 주지 않는 법이라 한다.

  누가 하루하루 바뀌는 그 기준을 다 맞춰 줄 수 있을까.

  기돌르 듣는 신도 머리가 아프리라.

  현인들은 말한다.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행복의 정규직이 되지 못한 건 누가 방해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한 결과였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기운 빠지고 만사가 심드렁해지고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는 날이 있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고, 모든 걸 끝장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 날이.

  이런 날은 내 삶에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느림과 텅 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동은 이 두 에너지 방전됐을 때 생긴다.

  공원이나 숲길, 가능한 조용한 곳을 홀로 걷는다.

  (중략)

  "인생은 그렇게 고만할 가치가 없다. 그냥 살면 된다.

  아무렇게나 산다는 뜻이 아니라 가볍게 그냥 산다는 뜻이다.

  인생은 아주 단순하다.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먹을거리, 햇빛과 추위를 가릴 의복, 몸을 가릴 지붕만 있으면 된다.

  그 이외의 것을 채우느라 오늘 그처럼 마음을 다쳤다.

  마음을 쉬어라. 자연은 빈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채워 준다.

  네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있다.

  완전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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