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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서시_윤동주 (작품 해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작품 해제

  갈래는 자유시, 서정시입니다.

  성격은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입니다.

  어조는 정결하고도 의지적입니다.

  특징은 시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입니다.

  참고로 윤동주의 생애는 일제강점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 시구 풀이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일제 강점하에서의 치욕적인 삶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시적 화자의 순결한 윤리 의식을 표현한 구절입니다.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삶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든 존재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표현한 구절입니다. '바람'은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한 시어이고, '잎새'는 '바람' 앞에서 끊임없이 실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작고 연약한 존재를 상징합니다.

  - 별을 노래하는 ~ 사랑해야지: '별'은 지배적 심상으로 '이상', '순수'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이상을 추구하는 높고 순수한 삶의 자세를 뜻하게 됩니다.

  -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겸허한 순명의 태도를 진술한 구절입니다. 부단히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채찍질하는 삶,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삶이 그에게 '주어진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화자는 '별'로 상징되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바람'으로 상징되는 시련에 의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은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구절에는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형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작품 해설

  <서시>는 윤동주가 연희 전문 학교 졸업을 1개월 앞둔 1941년에 시집의 서문으로 쓴 작품입니다. 

  시집의 서시인 만큼 윤동주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에는 윤동주 문학이 지니는 대표적 주제들인 순결성(1~4행), 인간애 (5~6행), 운명애(7~8행)가 나타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철저하게 양심 앞에 정직하고자 했던 시인의 내적 번민과 의지가 엿보입니다. 

  자아에 대한 부끄러움의 인식이 바탕을 이루어, 일제 강점하에 서 사는 한 지성인의 고뇌와 섬세하고 예민한 정감을 표출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소명 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서 철저하게 양심 앞에 정직하고자 했던 한 젊은이의 내적 번민과 의지를 보여 줍니다.

  앞의 두 행에서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그의 소망을 말합니다. 

  이것은 인생을 오래 살아 본 사람의 달관한 말이 아닙니다.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어 본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면 감히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보면서 사람이 부끄럼 없이 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자신 역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많이 저질렀는지를 알 터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불완전하며 갖가지 그늘과 어둠을 가지고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쉽사리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버리고 세속적 삶에 타협하게 합니다.

  이 작품의 서두는 바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단호한 거부의 선언입니다.

  그것은 젊은이의 순수한 열정과 결백한 신념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시인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번민에 굴복하지 않고 밤 하늘의 맑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겠다고 하여 자칫 무모한 번민에 그칠 수도 있는 양심적 자각을 성숙한 삶의 의지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행은 이와 같은 결의를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에서 별의 암시적 의미는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는 외로운 양심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윤동주의 식에 자주 등장하는 젊은 이성의 상징입니다. 

  바로 이 한 줄이 덧붙여짐으로써 양심의 결백함에 대한 그의 외로운 의지는 어두운 밤 하늘과 별, 그리고 바람이라는 사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또렷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