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11)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_김창옥 힘들 때는 좋은 말을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게 좋은 말을 들려줄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좋은 강의를 혹은 책을 보면 됩니다. 오래 전에는 위로해 줄 사람이 없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서 더 초라해졌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게 필요한 말을 해 줄 사람이 꼭 내 앞에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간접적으로 듣더라도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유튜브의 강의로만 보다가, 책으로 접했습니다. 무언가 강의 요약집 같은 느낌입니다. 책 속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혼자 너무 짊어지지 마십시오. 자기 혼자 5년, 10년, 20년, 나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가족을 모두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습관이 돼서 내 짐을 남들과 나누기 힘들어집니다. 그럼 안 될까 ..
저녁에_김광섭(작품해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시구 풀이1. 저렇게 많은 ~ 하나를 쳐다본다. 수많은 별 중 하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나'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별과의 소중한 인연, 별과 나누는 교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점이 하나가 아니라 병렬적으로 복합되어 있기 때문에 하늘과 땅, 별과 사람, 그리고 '내려다보다'와 '쳐다보다'가 완벽한 대구를 이루며 동시적으로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것입니다.2. 밤이 깊을수록~ 어둠 속에 사라진다. 시적 화자와 별은 필연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
성북동 비둘기_김광섭(작품해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
십자가_윤동주(작품 해설)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시구 분석 1. 쫓아오던 햇빛인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 햇빛을 좇아 지금까지 노력해 왔건만 정작 그 햇빛은 저 높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 교회당의 탑 꼭대기에만 비치고 있습니다. 2. 첨탑이 ~ 올라갈 수 있을까요: 목마르게 추구해 오던 햇빛이 존재하는 곳이 너무 높고 뾰족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현실적인 상황이 너무 극한적이어서 결코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참회록_윤동주(작품 해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떤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앙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시구 풀이 1. 파란 녹이 낀~ 이다지도 욕될까: 식민지로 전락해 버린 우리 민족의 현실도 부끄럽고 그 속에서 망국민으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도 부끄럽다는 드러나 있습니다. 2. 만 이십사 년~ 살아왔던가.: 살아온 과거..
쉽게 씌어진 시_윤동주(작품 해설)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시구 풀이 1. 창 밖에~남의 나라: 육첩방은 일본이라는 낯선 공간, 시적 화자를 구속하는 공간입니다. '밤..
별 헤는 밤_윤동주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
서시_윤동주 (작품 해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작품 해제 갈래는 자유시, 서정시입니다. 성격은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입니다. 어조는 정결하고도 의지적입니다. 특징은 시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입니다. 참고로 윤동주의 생애는 일제강점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 시구 풀이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일제 강점하에서의 치욕적인 삶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시적 화자의 순결한 윤리 의식을 표현한 구절입니다.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삶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든 존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