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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저녁에_김광섭(작품해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시구 풀이

1. 저렇게 많은 ~ 하나를 쳐다본다.

  수많은 별 중 하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나'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별과의 소중한 인연, 별과 나누는 교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점이 하나가 아니라 병렬적으로 복합되어 있기 때문에 하늘과 땅, 별과 사람, 그리고 '내려다보다'와 '쳐다보다'가 완벽한 대구를 이루며 동시적으로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것입니다.

2. 밤이 깊을수록~ 어둠 속에 사라진다.

  시적 화자와 별은 필연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별은 날이 밝으면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작아진다는 차이가 있지만, 영원의 긴 흐름 속에서 '사라지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3. 이렇게 정다운~ 다시 만나랴.

  시적 화자는 정다운 '별'과 '나'의 인연이 이어져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 소망하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 영원한 거리가 개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분명 존재의 고절함을 환기시키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별 하나'와 그 별 하나를 쳐다보는 '나'의 지향에 의해 둘은 하나로 묵입니다. 그리하여 밝음과 어둠의 양극단이 따뜻한 화해와 결속감으로 유지되어, '정다운 우리'로 강조되고 마침내 죽음 저 너머 세계에까지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불교 인연설의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작품 해설

  밤은 고단한 일상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과 평안함을 주는 시.공간이면서 한편으로 외로움을 주기도 하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밤을 대표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입니다. 

  이처럼 이 시에는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나는 별의 빛남과 이와 대조되는 인간 현실의 고독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위안을 삼고, 그 위안 속에서 새로운 삶을 계속해 가는 인간사의 진리를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시적 화자인 '나'는 이런 진리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 발견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이에 의존하며 살았던 인간들은 현대의 물질 문명이 지배하는 속에서는 점점 그 거리가 멀어져만 갑니다.

  하나는 밝음 속으로, 하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이런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또 다른 평범한 진리를 찾아내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깨달음에 이르고 있습니다.

  즉, 사라지는 존재 사이에서 정다움을 찾아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다운 이별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런 재회의 기대는 불교적 윤회관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물신화해 가는 인간사에서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는 활력소를 시인을 포함한 현대인 모두에서 불어넣고 있습니다.


● '저녁'의 의미

  '저녁'은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 즉 '어둠'이 시작되는 시간이면서 '밝음'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이 시에서 '저녁'은 '별'과 '나'가 밝음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별과 헤어짐이라는 운명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듯한 관계를 소망하는 시적 화자에게는 현대인의 숙명적인 고독과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 '인연'에 대한 시인의 생각

  시인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그 별과 '나'가 인연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인간이란 고독한 존재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디서든 그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cf 작품해설을 정리하다 보니,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이 함께 다리 밑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보는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이 시의 내용이 나왔던 것 같았거든요. 찾아 보니, 역시 그 그림으로도 표현된 작품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