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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분.국

두 파산_염상섭(핵심정리)

  <두 파산>은 단편 소설, 세태 소설입니다.

  사실적, 비판적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입니다.

  고리대금과 시대 풍조를 제재로 합니다.

  주제는 '광복 직후 혼란기의 정신적. 물질적 붕괴 현상'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알아볼까요?

  광복 직후의 혼란기에 정례는 집을 저당잡힌 돈으로 문방구를 차립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하여 오랜 친구인 김옥임에게 십만원을 빚지고, 거기에다 '교장'이라는 사람에게 오만 원을 빚지게 됩니다. 장사는 그런 대로 잘 되었지만, 김옥임은 애초에 출자한 돈의 배가 넘는 이십만 원을 배당금으로 거두어 가고도 덜 받았다고 하면서, 그 덜 받은 배당금으로 자신이 교장에게 진 빚을 대신 갚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합니다. 김옥임은 친일파였던 남편이 앓아 눕고 장래가 불투명해지자 돈에만 매달리게 되어 옛 친구였던 정례의 가게를 덜어먹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끝내 정례는 돈을 갚을 수 없었고, 가게를 교장과 김옥임에게 넘겨 주게 됩니다. 원통하여 앓아 누운 정례에게 남편은 김옥임을 골탕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작품의 일부분을 읽어 봅시다.

  "어머니, 교장 또 오는군요."

  학교가 파한 뒤다.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여어 놓은 유리창 밖으로 내어다보고 등상에 앉았던 정례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다본다. 그렇지 않아도 돈 걱정에 팔려서 테이블 앞에 멀거니 앉았던 정례 모친도 저절로 양미간이 짜붓하여졌다. > 교장에 대한 정례 어머니의 반응은 그녀가 교장과 돈 문제로 얽혀 있어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중략)

  "어째 이렇게 쓸쓸하우?"

  영감은 언제나 오면 하는 버릇으로 상점 안을 휘휘 둘러보며 말을 건넨다.

  "어서 옵쇼. 아침 한때와 점심 한나절이 한창 붐비죠. 지금쯤야 다 파해 가지 않았에요."

  안주인은 일어나지 않은 채 무관히 대꾸를 하였다. > 썩 반기지 않는 정례 어머니의 마음이 드러난 반응입니다. 교장은 정례가 앉았던 등상을 내어 주니까 대신 걸터앉으며, 

  "딴은 그렇겠군요. 그래도 팔리는 거야 여전하겠죠?"


 세태 소설이란 무엇일까요?

 그 사회나 시대의 인정.유행.풍속.제도 따위의 세태를 묘사한 소설로, '시정 소설'이라고도 합니다. 

 이 소설 양식은 모든 시대에 고루 나타나거나 추구되는 보편적인 진실을 그려 내려는 것이 아니라, <두 파산>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처럼 사회의 어떤 단계의 추이나 양상을 진실성 있게 그려 내는 차원에 머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태 소설에서는 작가의 주관적 관점이나 세계관이 명확하게 표현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특정한 한 시기나 특수한 환경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그려 내는 데 중점을 두는데, 좀더 진전된 경우에는 역사의 발전 과정이 진실되게 포착되기도 합니다. 우리 소설사에서 세태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박태원의 <천변 풍경>, 채만식의 <탁류>, 유진오의 <가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영감이 해방 전까지 어느 시골선지 오랫동안 보통 학교 교장 노릇을 하였다는 말을 옥임에게서 들었기에, 이 집에서는 이름은 자세히 모르고 하여 교장, 교장 하고 불러왔던 것이 입버릇으로 급히 튀어나온 말이나, > 한때 교장이었던 인물이 광복 직후에는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한 것에서, 시대상의 급겨간 변화 속에서 도덕이나 윤리 의식이 무너지고 만 당시의 상황이 드러납니다. 고리 대금업의 패를 차고 나선 지금에는 그것을 내세우기도 싫고, 더구나 저런 소학교 아이들 앞에서는 창피한 생각도 드는 눈치였다.


  이 작품은, 광복 직후 서울 근교에서 문방구점을 열어 고생만 하다 끝내 가게를 빼앗기는 정례 어머니와, 그녀에게 빌붙어 무지막지하게 돈을 뜯어 내는 옥임을 통해, 광복 직후의 혼란상 속에서 금전 만능주의가 판을 치게 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 정례 어머니는, 경제적 무능력에 빠진 소시민이 성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락해 가는 과정(경제적 파산)을, 그리고 옥임은 윤리나 도덕과 무관하게 오로지 돈만이 자신이 살 길이라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과정(정신적 파산)을 각각 보여 줍니다. (합이 두 파산 ^^)

  이와 같은 두 파산의 배경은 해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입니다. 새로운 나라가 어떠한 방향으로 건설될 것인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오로지 돈만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임처럼 친일파로서 사회적인 비판이 두려운 사람들은 물론, 정례 어머니 같은 소시민조차도 생활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돈에 집착했던 것입니다.


  머리를 곱게 지지고 엷은 얼굴 단장에, 번질거리는 미국제 핸드백을 착 끼고 나선 맵시가 > 옥임의 외양, 물질적 가치에 물들어 있음을 알 수 있죠? 어느 댁 유한 마듬으로 알 것이지, 설마 일 할, 일 할 오 푼으로 아귀다툼을 하고, 어려운 예전 동무를 쫓아다니며 울리는 고리 대금업자로야 누가 짐작이나 할까? 광복이 되자, 고리 대금이 전당국 대신으로 터놓고 하는 큰 생화가 되었지마는, 옥임이는 반민자의 아내가 되리라는 것을 도리어 간판으로 내세우고 부라퀴같이 덤빈 것이다. 증경 도지사요, 전쟁 말기에는 무슨 군수품 회사의 취체역인가 감사역을 지냈으니, > 옥임 남편의 반민 행위.. 반민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날이면, 중풍으로 삼년째나 누웠ㄴ느 영감이 어서 돌아가 주기나 하기 전에야 으레 걸리고 말 것이요, 집 칸이며 땅섬지기나마 몰수를 당할 것이니, 비록 자식은 없을망정 자기는 자기대로 살 길을 차려야 하겠다고 나선 길이 이 길이었다.

  상하 식솔을 혼자 떠맡고 영감의 약값을 제 손으로 벌어야 될 가련한 신세같이 우는 소리를 하지마는, 그래야 남의 욕을 덜 먹는 발뺌이 되는 것이다. > 속사정은 생계 걱정은커녕 아직도 떵떵거리며 살 만하지만, 겉으로는 미래가 불안합니다.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내세워야 그나마 속사정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욕을 덜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옥임이는 정례 모친이 혼쭐이 나서 달아나는 꼴을 그것 보라는 듯이 곁눈으로 흘겨보고 입귀를 샐룩하여 비웃으며, 버젓이 사람 틈을 헤치고 종로 편으로 내려갔다. 의기양양할 것도 없지마는, 가슴 속이 후련하니 머릿속이고 가슴 속이고 무언지 뭉치고 비비 꼬이고 하던 것이 확 풀어져 스러지고 화가 제대로 도는 것 같아서 기분이 시원하다. > 옥임은 옛 친구인 정례 모친이 돈 문제로 따지고 들자, 아예 그악스럽게 대들어 도리어 정례 모친이 자리를 피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옥임은 옛 친구한테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은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리 대금업자로 변신한 자신에게 퍼붓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앙갚음한 것처럼 느껴져서 속이 시원합니다. 그러나 이로써 옥임의 인간성은 더욱더 나락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두 파산>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두 파산>은 광복 이후의 혼란기를 대조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여인을 통해, 물질 만능의 세태를 풍자하고, 동물적인 생존 경쟁만 강요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작가는 이 두 여인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비난하기보다 두 여인이 왜 이러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심리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정황을 균형 있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들의 파산에 대해 사실적이고도 심층적인 인식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그들을 파산에 이르게 만든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시대야말로 비판받아야 할 궁극적인 대상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구성상의 특징

  부분적으로 과거 장면이 삽입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시간 순서에 따른 평면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례 어머니와 옥임의 상황이나 심리가 교차하면서 설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표현상의 특징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사실적이고도 정확하게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묘사합니다.

  작중 상황을 한편으로는 세밀하게 묘사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서 인물이 지니는 심리를 서술자의 객관적인 논평이나 해설을 곁들어 전달합니다.

  인물을 복합적으로 묘사합니다. 한 인물에게 여러 모습이 있음을 같이 보여 줌으로써 인물을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서울 지방의 사투리를 풍부하게 구사하여 세밀하고 복합적인 내용을 전달합니다.



염상섭 소설의 전반적 성격은 어떨까요?

  근대 사회에서 '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인물이나 계층 간의 갈등은 염상섭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사회주의에 대해 염상섭은 중간적 또는 절충적 태도를 취합니다. 이에 따라 염상섭 소설에는 다수의 사회주의자가 등장하는데, 이 때 염상섭은 다잇 현실의 모순을 고려할 때 사회주의자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들 역시 '돈'의 문제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을 비판합니다. 

  염상섭 소설에서 서술자는 객관적 입장에 서서 관찰 및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며, 부분적으로 인물의 행위나 생각에 대한 해설적인 논평을 덧붙이는 정도에서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