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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분.국

거울_이상(핵심정리)

  이 시는 이상이 즐겨 사용한 '거울' 모티프를 중심으로 '거울 밖의 나(현실 속의 자아)'와 '거울 속의 나(내면의 자아)' 사이의 갈등, 즉 자의식의 갈등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거울은 자기 성찰의 한 방편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거울을 통하여 일상에 매몰된 채 잊고 있었던 '나'를 봅니다.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햇겠소'에서 자기 성찰과 자아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거울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거울의 이미지는 대칭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울'이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의미와 그 둘을 단절시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마상 대칭을 보여 줍니다. 또한 1연과 6연에서 거울로 인한 단절을 보여 줌으로써 '거울'의 의미가 구조적으로도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본문을 봅시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의 <거울>의 핵심정리입니다.

  갈래는 자유시, 서정시입니다.

  내재율입니다.

  주지적이고 관념적이며 초현실주의적인 성격입니다.

  현대인의 자의식의 분열과 갈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 <오감도>와 소설 <날개>르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시구를 이해해 봅시다.

  1. 거울속에는~참없을것이오

  : 현실과 달리 매우 조용한 거울 속의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거울 밖의 세계와 거울 속의 세계가 단절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거울 속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 대비되는 자의식의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2. 거울속에도내게~두개나있소

  :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으로 귀가 있지만 의사 소통이 되지 않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내면적 자아)'와 '거울 밖의 나(현실적 자아)'가 분열되고 단절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3. 거울속의나는~모르는왼손잡이오

  : 또 하나의 단절의 모습입니다.

   자아의 분열과 대립의 또달느 표현입니다. 악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두 자아 사이에 화해나 교감이 불가능함을 의미합니다.

  4. 거울때문에~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 거울은 실제 '나'와 거울 속의 '나'를 차단하지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모순적 기능이 있습니다.

   거울은 두 자아 사이의 단절과 매개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참된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5. 나는지금~사업에골몰할게요

  : 거울 속의 '나'와 현실의 '나'가 독립되어 각각의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자의식의 분열이 심화되어 '거울 속의 나'는 이제 '거울 밖의 나'를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6. 거울속의나는~퍽섭섭하오

  : 거울 속의 자아를 걱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일상에 매몰되어 참된 자아를 찾지 못하는 자신의 허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 교과서에서는 작품 속 '거울'의 의미를 꼼꼼히 다룹니다.

  이 시에서 거울의 이미지는 시의 주제를 표현하는 중요한 시적 장치로 쓰이고 있습니다. '거울'이 대상을 거꾸로 비춘다는 점에 착안하여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의 분열을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처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데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제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반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교과서에서는 작품의 시적 화자와 시대 상황을 꼼꼼히 다룹니다.

  '거울'의 시적 화자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가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5연에서 거울 속의 '나'는 '외로된 사업'에 골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울 밖의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진찰'하고자 합니다. 여기서의 거울 속의 '나'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도피한 상태의 '나', 거울 밖의 '나'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직시한 채 살아가는 '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비애감에 골몰하는 모습을 '사업'이라는 시어에, 그리고 일제 강점의 현실에 대면하고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 실천을 모색하는 일제 시대 지식인의 또 다른 모습을 '진찰'이라는 시어에 담고 있습니다.


■ 표현상의 특징을 알아 볼까요?

  이 시는 인간이라는 존재 또는 그 정신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띄어쓰기를 포함한 모든 언어 규범, 나아가 언어의 체계 자체는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 낸 논리적인 도구입니다. 따라서 작가는 언어 규범의 전제인 논리성 자체에 대한 부정의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듸어쓰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이 작품의 문학사적 바탕이 되는 초현실주의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서만 무의식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